대물동산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괭이모루 바로 곁에 자리한 해발 약 233m의 작고 아늑한 오름이우다. 이름은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괭이모루를 찾은 사람들이 함께 들러보기 좋은 숲속 작은 보물 같은 오름이지요. 이곳은 오름의 규모는 작지만, 오름 속을 천천히 거닐며 숲과 나무가 전하는 정겨운 속삭임을 듣기 참 좋은 장소이지요.
맑고 따스한 어느 가을날, 괭이모루를 찾았다가 대물동산도 한번 둘러보자 싶어 오름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수다. 초입부터 나를 맞이해준 건 울창하게 우거진 삼나무 숲길이었지요. 길은 부드러운 흙길과 낙엽이 깔려 있어, 걷는 내내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깊숙한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함 속에 바람 소리와 나무 사이에서 들리는 작은 새소리가 참 듣기 좋았수다.
중턱쯤 오르니 숲이 더욱 울창해졌고, 아담한 오름 정상 부근의 말굽형 분화구가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분화구 안에 서 있으면 마치 작은 숲속 쉼터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탁 트인 전망은 없지만 오히려 그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나무 사이로 살짝 비치는 햇살과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정상에서 잠시 쉬며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니, 주변의 숲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이곳은 큰 풍경보다 오히려 작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딱 좋은 곳 같았습니다.
하산길은 더없이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숲속 곳곳에서 만나는 작은 들꽃들과 이끼 낀 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숲길 위를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마치 숲이 말을 걸어오는 듯했지요. 그 고요하고 소박한 오름에서 보낸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탐방을 끝내고 송당리 마을로 돌아오니 작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마을 근처 작은 식당에서 따뜻한 몸국이나 전복죽 같은 제주의 향토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 참 좋았습니다.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대물동산을 다시 찾는다면 숲이 싱그러운 봄이나 낙엽이 예쁜 가을에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보고 싶습니다. 작지만 깊은 숲길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제주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고요한 숲속 오름이 바로 대물동산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