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록산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한 해발 474m의 아름다운 오름이우다. 제주 사람들은 이 오름의 부드럽고 넓은 능선과 초원이 사슴이 뛰놀던 곳 같다 하여 정겹게 ‘큰사슴이오름’이라 부르기도 허지요. 특히 가을이 되면 오름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운치 있기로 유명하지요.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날, 가시리 정석항공관 근처에서 대록산 탐방길을 시작했수다. 탐방로 입구부터 펼쳐진 억새 군락이 참으로 장관이었지요.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니,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새가 마치 파도처럼 끝없이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해주었수다. 걷는 내내 억새밭 사이에서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중턱쯤 올라서니 억새밭 사이로 주변 오름들과 가시리 마을 풍경이 슬쩍슬쩍 보였수다. 특히 주변에 펼쳐진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들이 눈에 들어와 멀리서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지요. 억새밭 한가운데서 잠시 멈춰 서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고, 오름이 주는 여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더욱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졌수다. 멀리로는 웅장한 한라산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였고, 가까이엔 따라비오름과 제주의 동부 오름들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정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억새와 함께 잠시 앉아 있으니 오름의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이 더욱 깊게 느껴졌지요.
하산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내려올 때 펼쳐진 억새 풍경이 더욱 멋졌습니다. 내려오는 길목마다 억새가 부드럽게 일렁이며 나를 배웅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지요. 천천히 내려오며 억새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주변의 풍경을 눈에 가득 담으며 오름을 내려왔습니다.
탐방을 끝내고 가시리 마을로 내려가니 주변엔 소박한 식당과 카페가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참 좋았습니다. 가시리 근처에서 제주의 맛깔스러운 향토 음식을 맛보며 속을 든든히 채우고, 분위기 좋은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탐방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훌륭한 마무리 방법이었지요.
다음에 대록산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억새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가을날에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억새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한 대록산은 언제 찾아도 힐링과 위안을 주는 특별한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