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오름(조천읍 와산리)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품은 바위 신당, 숲속 깊숙이 숨겨진 고즈넉한 오름

당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에 자리한 해발 306.4m의 작고 아늑한 오름이우다. 이 오름은 북동쪽 기슭에 있는 신성한 바위 신당 덕에 '당오름'이라 불리게 됐다지요. 마을 사람들은 이 신당에 소원을 빌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랜 세월 동안 소중하게 여겨온 특별한 장소이기도 허지요.

“당오름 숲길을 천천히 걸어보민,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모시는 바위 신당이며 소원을 적은 천들이 마음을 더욱 정겹게 만들어주쿠다.”

봄이 한창 무르익던 날, 와산리 마을 입구에서 당오름을 향해 걸어 올라갔수다. 오름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숲길이 펼쳐졌는데, 길가에는 삼나무와 때죽나무가 울창히 들어차 숲 터널을 이루고 있었지요. 숲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참으로 예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걷는 내내 마음까지 편안해졌수다.

중턱쯤 이르니 마을 사람들이 정성스레 모시는 바위 신당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신당 주변 나뭇가지에는 마을 사람들이 소원을 적은 알록달록한 천 조각들이 걸려 있어, 숲 속에서 마치 작은 축제를 벌이는 듯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사람들의 기원과 소망을 들어준 신당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작은 소원을 빌어봤수다. 소원을 빌고 난 뒤엔 숲이 품은 따뜻한 기운이 마음속까지 전해지는 듯했지요.

정상에 다다르자 울창한 숲속에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은 없었지만, 대신 숲의 깊고 고요한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지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숲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은근히 들려오는 바닷바람 소리까지 조용히 귀 기울이니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산길은 숲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작고 예쁜 들꽃들과 풀잎 하나하나가 참 소박하고 정겨웠습니다. 특히 소원나무 아래를 다시 지날 때는 알록달록한 소원 천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나를 배웅해주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요.

탐방을 마치고 와산리 마을로 돌아와 보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마을 풍경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마을 근처 식당에서 제주의 소박한 향토 음식들을 맛보며 하루의 피로를 달래고,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 당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가득 담긴 이 숲길을 다시 천천히 걸으며, 바위 신당에 다시 한번 소원을 빌어보려 합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사람들의 마음을 품고 있는 당오름은 언제 찾아도 마음 편한 쉼터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