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깊은 숲속에 자리 잡은, 해발 473m의 아담하고 조용한 오름이우다. 예전엔 마을 사람들이 오름 기슭에 있는 신당에서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빌었기에 ‘당오름’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수다. 지금도 숲속 곳곳에 옛 신당의 흔적과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제주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이지요.
가을 햇살이 따스허게 비치던 날, 동광리 목초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오름길로 들어섰수다. 초입에서부터 숲이 울창하고 길 옆엔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걸어가는 동안 숲이 품은 정적과 자연의 향기에 마음이 참 편안해졌지요.
중턱에 오르니 능선을 따라 옛 신당의 돌담과 몇 기의 오래된 묘지가 조용히 나타났습니다. 돌담과 묘지 주위로 자란 나무들이 신당의 옛 자취를 조용히 지켜주고 있는 듯했지요. 오랜 세월 제주의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했수다. 숲이 품은 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 제주의 역사와 삶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지요.
정상에 다다르니 넓은 시야는 없었지만, 대신 숲이 아늑하게 나를 감싸주었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가 잔잔히 귓가를 스쳤고, 조용한 숲속에서 잠시 쉬며 마음을 정리하기 참 좋은 시간이었지요. 정상에서는 주변의 원물오름과 감낭오름, 정물오름이 숲 사이로 살짝 보였고, 멀리로는 산방산과 제주의 바다까지 은근히 펼쳐졌습니다.
하산길은 숲속의 풍경을 더욱 세밀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수다. 내려가는 동안 작은 꽃들과 솔방울, 나뭇잎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제주 숲의 섬세한 모습과 정겨운 분위기를 천천히 느끼며 내려왔습니다.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발걸음은 올라갈 때보다 더욱 부드럽고 여유로웠지요.
탐방을 끝내고 숲 밖으로 나오면 근처에 평화로운 동광리의 작은 마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동광리 근처 마을 식당에서는 제주 고유의 몸국이나 보말칼국수 같은 향토 음식을 맛보며 하루의 피로를 달래기 참 좋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탐방을 마무리하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다음에 당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고요한 숲길과 옛 신당의 흔적을 천천히 다시 걸으며, 제주의 옛 사람들과 말없이 대화를 나누듯 걷고 싶습니다. 당오름은 제주의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깊고 고요한 숲속의 작은 쉼터 같은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