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오름은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한 해발 274.1m의 자그마한 오름이우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의 본향당(신당)이 자리 잡아 당오름이라 불리고 있지요. 송당리는 예로부터 제주에서도 가장 신성한 마을로 손꼽히는 곳인데, 이 당오름이 바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성지 같은 오름이우다.
가을 햇살이 따뜻허게 내려앉던 날, 송당리 마을에서 당오름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수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삼나무와 해송이 터널처럼 우거진 숲길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지요. 걷는 내내 솔향기와 흙내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섞여 발걸음이 저절로 편안허게 느껴졌수다.
중턱쯤 오르자 본향당 신당 터가 눈앞에 보였수다. 마을 사람들이 한 해 네 번씩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중요한 곳이라, 신당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마음으로 소원을 빌어 보았지요.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신당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서 더 엄숙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수다.
정상에 이르니 탁 트인 전망 대신 아늑한 숲이 나를 감싸주었수다. 정상 주변은 둥글게 둘러쳐진 나무들이 마치 작은 쉼터처럼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이곳에 서서 잠시 쉬고 있으면 숲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소리와 함께 마음이 조용하고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오름은 내려오는 길도 참 특별했수다. 내려가는 길목마다 소원비 나무들이 있었는데, 소원을 적은 색색의 천과 종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소원을 적어 걸어둔 사람들의 마음이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듯해서 걷는 내내 마음이 따뜻허게 느껴졌지요. 그렇게 숲길을 천천히 내려오면서 제주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이 오름의 특별한 매력을 다시금 깊이 느낄 수 있었수다.
탐방을 마치고 송당리 마을로 내려와 보니, 작지만 정겨운 마을 풍경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이곳 마을 식당에서는 제주의 전통적인 음식인 몸국이나 전복죽을 맛보며 따뜻하게 속을 채울 수 있었고, 마을의 소박한 카페에서 따끈한 차 한잔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다음에 당오름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특히 마을에서 제를 지내는 계절에 다시 와서, 송당리 사람들의 전통과 마음이 담긴 모습을 한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습니다. 당오름은 그렇게 제주의 소박한 신앙과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특별한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