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봉알봉은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근처에 자리한, 해발 약 83m의 작고 정겨운 오름이우다. 이 오름은 당산봉의 능선 옆에 마치 작은 아기 봉우리처럼 살짝 붙어 있어서 ‘당산봉알봉’이라 불리는데, 제주 사람들은 친근하게 그냥 ‘알봉’이라고 부르기도 허지요.
날씨가 맑고 쾌청한 가을 오후, 당산봉 탐방을 마치고 조금 더 걸어서 당산봉알봉을 찾아가보기로 했수다. 당산봉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슬슬 걸어 들어가니 곧 작은 숲길 입구가 나오더군요. 입구에서부터 이미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고, 길은 흙길과 돌, 나무 뿌리들이 자연스럽게 얽혀 있었수다. 마치 비밀스러운 숲길로 들어가는 기분이라 더욱 설레고 신비롭게 느껴졌지요.
중턱쯤 올라가니 오름의 매력이 제대로 느껴졌수다. 주변의 숲은 더욱 짙고 깊어졌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마치 작은 등불처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수다. 좁은 능선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옛 사람들이 지은 듯한 오래된 돌담 같은 흔적들이 보였는데, 이런 풍경이 더욱 정겹고 운치 있게 느껴졌지요. 한걸음씩 숲길을 걸으며 듣는 새소리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편안하던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정상에 올라보니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은 아니었지만, 작은 나무들 사이로 차귀도와 수월봉의 바다 풍경이 은근하게 펼쳐졌습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노을이 내려앉으면 숲과 바다에 물드는 노을빛이 참으로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고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었수다. 작은 정상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는 동안, 제주의 조용하고 아늑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산길은 오르는 길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숲길 옆으로 작고 소박한 들꽃들이 피어 있었고, 길 위에 쌓인 낙엽은 밟힐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어 숲속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주었지요. 이렇게 작은 오름 하나에서 제주의 다양한 자연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좋았수다.
탐방을 마치고 내려온 후에는 근처의 자구내 포구나 용수리 마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 딱 좋수다. 작은 포구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먹으며 바닷가 풍경을 즐기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도 훌륭한 마무리 방법이지요.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차귀도의 노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다음에 당산봉알봉을 다시 찾는다면 노을이 가장 예쁜 가을날 저녁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당산봉의 품에 숨어 있는 작은 알봉은 제주의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비밀 쉼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