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봉(차귀오름, 당오름)

차귀도의 풍경을 품은 신비로운 오름, 신당과 봉수대의 역사가 숨쉬는 곳

당산봉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바닷가 근처에 자리 잡은 해발 148m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오름이우다. 제주 사람덜은 이 오름을 차귀오름 또는 당오름이라고도 부르는디, 옛날 이 오름에 뱀신을 모시던 신당(차귀당)이 있어서 당오름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수다. 또한 바다를 바라보며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라 마을을 지킨 소중한 오름이기도 허지요.

“당산봉 정상에 올라보민, 차귀도랑 바다가 눈앞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조냥 가슴이 시원해지쿠다.”

초가을 날씨가 맑게 갠 어느 날, 당산봉을 올라보기로 마음먹고 탐방길에 나섰수다. 오름 초입에서부터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계단과 나무 데크를 따라 걷기 참 좋았지요. 처음에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중턱을 넘어서자 숲길이 울창해지고 주변에서 솔 향기와 함께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수다.

중턱에서부터는 길 옆으로 억새가 슬슬 보이기 시작하고, 곳곳에서 야생화들도 다정하게 피어있어서 발걸음을 더욱 즐겁게 해줬지요. 억새가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 고왔고, 살며시 내려다보는 고산리 마을과 넓게 펼쳐진 평야,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도 발길을 자꾸 멈추게 만들었수다.

정상에 다다르니 옛 봉수대 흔적과 차귀당 터가 보였수다. 오래된 돌담들이 제주의 옛 역사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았지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일품이었는데, 서쪽으로는 차귀도와 넓게 펼쳐진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졌고, 남쪽으로는 수월봉과 저 멀리 산방산까지 선명히 보였습니다. 이 탁 트인 풍경을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속까지 다 뚫리는 기분이었수다.

하산길도 역시나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수다. 올라올 땐 미처 못 보았던 작은 들꽃들과 풀들이 내려가는 길에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듯 했고, 편안한 흙길을 천천히 내려오며 주변 풍경을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숲 사이로 바다의 푸른 빛깔이 슬쩍슬쩍 보이는 것도 참 좋았수다.

탐방을 끝내고 내려오면 가까운 자구내 포구나 고산리 마을 쪽으로 가서 신선한 바닷가 음식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도 참 좋지요. 자구내 포구 근처에서 싱싱한 해산물이나 제주 몸국을 먹으면 하루가 더 행복해지고, 주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천천히 휴식을 취하면 탐방의 피로가 모두 풀립니다.

다음에 당산봉을 다시 찾게 된다면 억새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 저녁에 꼭 다시 오고 싶수다. 석양이 내려앉은 당산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차귀도의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기억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