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산봉(망오름)

달처럼 둥근 모습에 옛 봉수대가 있는 표선리의 정겨운 오름

달산봉은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에 자리 잡은 해발 136.5m의 낮고 부드러운 오름이우다. 이 오름은 동그랗게 누운 모양이 꼭 달을 닮았다고 해서 ‘달산봉’이라 불리고, 옛날 봉수대가 있어서 ‘망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지요. 제주 사람들한테는 표선 지역의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준 의미 깊은 장소이기도 허지요.

“달산봉 꼭대기 봉수대에 올라보민, 표선리 앞바다며 성산일출봉까지 탁 트여서 가슴이 다 시원해지쿠다.”

봄볕이 따스허게 비추던 어느 날, 달산봉 탐방길에 나섰수다. 오름 초입은 계단이며 흙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나무계단이 부드럽게 이어지다가 중턱쯤 올라가면 점점 가파른 돌계단과 암석들이 나타나면서 살짝 숨이 차기도 했수다. 그래도 주변에 소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울창히 들어서 있어 오르는 동안에도 상쾌한 바람과 숲향기가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중턱 즈음에서 잠시 쉬며 돌아보니 이미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수다. 표선면의 평화로운 마을과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표선해수욕장과 푸른 제주 바다가 펼쳐져 마음이 절로 탁 트이는 기분이었지요.

정상에 오르니 옛 봉수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수다. 오래 전 이곳에서 망을 보며 바다를 지켰던 제주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장관이었는데,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선명히 보였고, 남쪽으론 표선의 아름다운 해비치 해변과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었지요. 정상의 봉수대 터에서 잠시 앉아 쉬면서 이 멋진 전망을 오랫동안 눈에 담았수다.

하산길은 더욱 편안허게 내려왔수다. 내려가는 길에 작은 꽃들과 풀들이 옆에서 다정히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고, 나무 사이로 살랑이는 바람도 기분을 편안히 만들어 줬지요. 발걸음을 천천히 하며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내려오는 길이 참 좋았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나선 가까운 표선리 마을에 들러 표선만의 독특한 향토 음식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해물칼국수나 전복죽, 표선식 몸국 같은 맛깔스러운 음식을 먹고 나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립니다. 식사 후 표선 해안가를 천천히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작은 카페에서 제주 특산물 차 한 잔 마시며 쉬는 것도 참 좋지요.

다음에 달산봉을 다시 찾게 된다면, 특히 석양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날 저녁에 꼭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해질 무렵 정상에서 바라보는 표선 바다는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