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산(바굼지오름)
박쥐 날개 닮은 특별한 모습, 사계 앞바다 풍경이 환상적인 오름
단산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 잡은 해발 158m의 작은 오름이우다. 오름의 모양이 박쥐(바굼지)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지역 사람덜은 '바굼지오름'이라 부르기도 허지요. 크기는 작아도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워낙 빼어나 사람덜이 특별히 애정하는 오름 중 하나지요.
"단산 올라보민 산방산이며 형제섬, 마라도까지 제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쫘악 펼쳐져서 눈이 확 트이쿠다."
날씨가 맑게 갠 봄날 오전, 사계리 마을 쪽에서 단산을 찾아 올랐수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처음엔 부담 없이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지요. 하지만 중턱으로 갈수록 계단과 함께 깎아지른 암벽 구간도 나타나면서 살짝 긴장감과 함께 짜릿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수다.
중턱 즈음 이르니 바위 절벽이 하나둘 나타나고, 주변으론 소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 주었지요. 육지의 산처럼 단단한 암벽과 제주 특유의 초록빛 풀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수다. 특히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사계리 마을과 평화로운 들판, 그리고 저 멀리 바다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오름 오르는 발걸음마저 멈추게 만들었지요.
정상에 서니, 더욱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수다. 가까이엔 웅장한 산방산이 우뚝 솟아 있고, 멀리로는 형제섬과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까지 제주 서남쪽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정상에 서서 탁 트인 시야를 바라보니, 속에 품었던 근심 걱정이 시원한 바람에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상의 작은 바위에 앉아 한참 동안 쉬면서 이 멋진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았지요.
단산 정상 부근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진지 동굴도 몇 군데 남아있는데, 과거의 아픈 흔적을 돌아보며 잠시 묵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마을에서 사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방사탑(돌탑)도 볼 수 있었는데, 지역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의미 있는 장소였습니다.
하산길은 올라올 때보다 조금 더 여유로웠습니다. 봄꽃과 작은 들풀들이 오름길 주변에 소담스럽게 피어나 있고, 주변의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오는 햇살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천천히 오름을 내려오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컸수다.
단산 탐방을 마치고 나서 인근 사계리 마을로 내려가면 신선한 바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작은 식당들이 여럿 있수다. 특히 사계 바닷가 근처에서 싱싱한 돌문어볶음이나 해물칼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참 좋지요. 근처의 한적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나 감귤차 한 잔 마시며 오름에서의 기분 좋은 피로를 풀어내기도 딱 좋은 곳이우다.
다음에 단산을 다시 찾는다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 노을이 아름다운 계절에 꼭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해 질 무렵 단산에서 보는 제주의 바다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