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거문들먹은 제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자리한 해발 725.9m의 말굽형 오름이우다. 이 오름은 지역 사람덜이 '검은들먹'이나 '거문돌악'이라 부르기도 허는데,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숲이 깊고 빽빽허게 우거져 있어 마치 검은 빛깔로 물든 듯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우다.
“웃거문들먹에 한번 올라보민 숲이 허벌나게 깊어서 햇볕도 잘 안들고, 고요한 게 꼭 비밀스런 신당에 들어온 느낌이 들쿠다.”
봄 햇살이 따스허게 비추던 어느 날, 웃거문들먹을 찾아 나섰수다. 숲 초입부터 나무와 덩굴이 울창하게 얽히고설켜, 처음부터 길을 찾기가 쉽지는 않앗수다. 그래도 숲 안으로 한걸음씩 발을 들일 때마다 울창한 나무가 전하는 싱그러운 숲 냄새와 신선한 공기가 마음을 시원허게 해줬수다.
오름 중턱으로 가는 길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좁고, 덩굴이며 잡목이 발목을 붙잡는 구간도 많았수다. 가끔은 잘못 길을 들었다가 다시 돌아 나오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진짜 비밀스런 장소를 탐험하는 기분도 들었지요. 주변에서는 제주 고유의 작은 꽃들이 조용히 피어나 있고, 바람 따라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더욱 신비롭고 고즈넉했수다.
정상 가까이에 이르니, 크고 작은 옛 묘들이 몇 기 자리 잡고 있었수다. 오래된 돌담과 묘 주변의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숙연허게 다가왔습니다. 이 오름이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의 특별한 명당이자, 신령스런 기운이 깃든 장소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지요.
정상에 다다르자 북동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 너머로 큰바리메오름, 족은바리메오름, 한대오름 등 주변 오름들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는데, 틈새로 비치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고 신기했습니다. 깊은 숲속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바라보는 제주 자연의 모습은 여느 오름과는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을 전해줬습니다.
하산길 역시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올라갈 땐 보이지 않던 꽃과 풀들이 내려오는 길에 새롭게 눈에 들어왔고,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밟힐 때마다 나는 소리가 참 정겹게 느껴졌지요. 숲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면서 조용한 숲길 걷는 맛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달았수다.
오름 탐방을 끝내고 나서, 애월읍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맛깔스러운 제주 향토 음식이 기다리고 있수다. 특히 애월의 싱싱한 해산물과 몸국 같은 제주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근처 카페에서 감귤차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또 인근의 해안도로를 따라 시원한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참 좋수다.
다음에 웃거문들먹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또 한번 깊숙허게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이 오름의 깊고 울창한 숲길과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제주의 숨어 있는 매력을 느끼기에 참 좋은 명당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