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오름에 올라보민, 숲속이 조용허고 종소리처럼 고운 새소리가 참 듣기 좋수다."
꾀꼬리오름을 찾은 날은 맑고 화창한 봄날이었다. 탐방로 초입에서부터 시작된 부드러운 흙길과 울창한 숲은 방문객들에게 상쾌한 첫인상을 선사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꾀꼬리의 지저귐이 숲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중턱에 다다르니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펼쳐지기 시작했다. 특히 말굽형으로 된 분화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둘레가 약 1,487m인 분화구는 제주에서 보기 드물게 뚜렷하고 넓은 형태를 지니고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분화구 내부의 작은 쉼터는 잠시 앉아 바람 소리와 숲의 고요를 느끼기 좋은 곳이었다.
정상에 이르자 예상치 못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오른편으로는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가, 왼편으로는 멀리 빛나는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낮은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에게 깊은 감동과 평온함을 안겨 주었다.
정상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억새와 산죽 사이를 흐르는 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었고, 숲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꾀꼬리 소리는 마치 숲속의 작은 음악회 같았다. 이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의 휴식은 일상에서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하산길은 더욱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다양한 식생과 작은 생명체들을 천천히 관찰하며 내려오는 길은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숲길 중간중간 들리는 새소리와 부드러운 바람은 이곳에서의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꾀꼬리오름 주변에는 다양한 제주 동부 오름군들이 자리하고 있어, 연계 탐방으로 풍성한 여행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주변의 작은 마을과 제주 특유의 목장 풍경을 산책하며 느긋하게 둘러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코스다.
다음에 다시 꾀꼬리오름을 방문하게 된다면, 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자연을 좀 더 깊이 있게 즐기며 고요한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특히 꾀꼬리의 울음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봄날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