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이오름(거문오름) – 제주의 깊고 신비로운 비밀을 간직한 오름

해발고도: 약 456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내외

길 상태: 완만하고 걷기 편안한 흙길로 구성

난이도: 쉬움~보통 (모두가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수준)

주변 환경: 깊은 숲과 독특한 분화구, 화산송이 바위가 어우러져 있음

계절 추천: 초여름(신선한 숲의 바람), 가을(단풍과 억새가 아름다움)

분위기: 깊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줌

문화/설화: 신령스러운 장소로 여겨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빌던 전통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02-1번지 일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유독 깊고 은밀한 매력을 품은 오름이 있다. 바로 가문이오름, 제주 사람들은 이 오름을 흔히 ‘거문오름’이라 부른다. 제주어로 '거문'은 검다는 의미로, 오름의 흙과 바위가 유난히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깊숙한 숲과 분화구 안의 어두운 분위기 탓에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제주의 삼춘들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거문오름은 속이 깊어 조냥 검고 신비해 마씀. 오래전부터 신령한 기운이 서려 있는 곳이라 우린 함부로 대하지 못허쿠다.”
가문이오름을 찾은 날은 초여름 오전 열 시쯤이었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 푸른 숲이 펼쳐지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완만하게 굽이치는 탐방로는 깊은 숲 속으로 천천히 이어졌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숲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나무 사이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흑갈색의 화산송이와 바위들이 눈에 띈다. 제주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검은 바위들을 보며 신령스러운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나 역시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바위와 나무에 얽힌 옛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름 중턱에 도착하자 특유의 깊고 넓은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화구 안은 마치 작은 별천지처럼 숲과 풀이 우거져 있어 놀라울 정도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제주 삼춘들은 이 분화구를 보며 늘 이렇게 말했다.
“거문오름 분화구는 너무 깊고 조냥 신비해 마씀. 한 번 들어가면 딴 세상처럼 느껴져서 맘이 절로 겸허해지쿠다.”
잠시 분화구의 풍경을 바라보다 보니 이곳의 조용하고 깊은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치 오름이 숨겨두었던 비밀을 혼자서만 몰래 엿보는 기분이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펼쳐졌다.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가까이 펼쳐진 초록빛 숲의 대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주 삼춘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거문오름 정상에 서면 조냥 제주가 다 보이는 것 같아서 속이 다 시원허쿠다. 옛날 사람들도 여기에 올라 마을의 안녕을 빌었지예.”
잠시 정상에 서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오름이 전해주는 깊고 부드러운 기운에 마음이 절로 고요해졌다. 내려오는 길에서도 숲이 주는 편안함과 바람의 부드러움이 계속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 오름은 관광지의 번잡함과 거리가 멀어, 오히려 자연과 깊은 교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다음에 다시 가문이오름을 찾는다면, 초여름의 신선한 바람이 부는 시간에 다시 한번 이 깊고 신비로운 오름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