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모루(괭이머르, 갱이머르) – 고양이처럼 누운 송당 마을의 아늑한 언덕

해발고도: 약 253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내외

길 상태: 완만한 숲길과 흙길

난이도: 쉬움~보통

주변 환경: 삼나무·편백나무 숲, 송당 마을 풍경

계절 추천: 봄(신록과 야생화), 가을(단풍과 낙엽)

분위기: 고즈넉하고 아늑한 숲길, 가족 또는 혼자 산책에 적합

문화/설화: 마을 신앙과 소원이 담긴 오름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98번지 일대

제주도 구좌읍 송당리,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작고 아늑한 언덕 하나가 조용히 숨어 있다. 이 언덕의 이름은 괭이모루, 또는 괭이머르, 갱이머르로도 불리는데, 이름 그대로 고양이(괭이)가 엎드려 있는 듯한 부드러운 능선이 인상적이다.
"괭이모루에 올라서 보민, 고양이처럼 편안히 누워 있는 모습이 참 귀엽수다. 마음도 조냥 편안해집디다."
괭이모루를 방문한 날은 봄기운이 완연한 오전이었다.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삼나무 숲의 싱그러운 향기와 바람 소리가 방문객을 반겼다. 탐방로는 완만한 흙길과 부드러운 숲길로 되어 있어 걷기에 매우 편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혼자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장소였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숲길의 중턱에서는 송당 마을의 아늑한 풍경과 멀리 펼쳐진 제주의 작은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식생 덕분에 숲속 공기가 맑고 상쾌해져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정상에 도착하자 괭이모루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북동쪽으로 말굽 모양의 분화구가 선명하게 열려 있고, 이를 둘러싼 숲은 고양이가 엎드려 있는 듯한 형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차분하고 평온했다. 잠시 앉아 바람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을 듣고 있노라니 복잡했던 마음이 절로 고요해졌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편안했다. 숲의 향기와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마치 비밀스러운 숲속 길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숲속에서 만난 작은 야생화와 나뭇잎들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괭이모루는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제주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장소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별히 추천할 만한 곳이다. 다음에 괭이모루를 다시 찾게 된다면, 봄날 숲의 향기와 함께 고양이처럼 편안히 쉬고 있는 이 언덕에서 다시 한번 마음의 평온과 여유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