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붉은오름

오후 다섯 시, 붉은 흙과 노을빛이 어우러진 제주의 신비한 오름을 걷다

제주에는 수백 개의 오름들이 있지만, 유독 이름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오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곳이 바로 흙붉은오름이다. 그 이름 그대로 흙이 붉은 빛을 띠고 있어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제주 삼춘들은 이 오름에 대해 종종 이렇게 말했다. “흙붉은오름은 족아도 땅이 붉어서, 올라서보민 마치 붉은색으로 물든 신비로운 땅 위를 걷는 것 같수다. 조냥 신기허고 아름다운 오름이여마씀.” 흙붉은오름을 찾은 날은 제주의 늦가을, 오후 다섯 시 무렵이었다. 이맘때 제주의 오후 다섯 시는 노을빛이 곱게 물들어 모든 풍경을 붉게 감싸는 시간이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이름 그대로의 붉은 흙길이었다. 마치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는 듯한 흙길은 신비롭고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붉은 흙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함께 땅의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탐방로는 족아도 걷기에 좋은 완만한 흙길이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억새와 작은 들꽃들이 오후 햇살과 노을빛을 받아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길 양옆의 작은 돌탑들은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며 쌓은 것들이었다. 나 역시 작은 돌 하나를 주워 정성스럽게 돌탑 위에 올리며 마음속 소소한 소원을 빌었다. 중턱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붉은 흙과 어우러진 억새밭의 풍경은 정말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붉은 땅 위에서 자라는 억새들은 마치 황금빛으로 물든 듯 더욱 선명하게 보였고, 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문득 제주 삼춘들이 자주 이야기하던 말이 떠올랐다. “흙붉은오름은 족아도 신기허게, 억새와 붉은 흙이 어우러져 진짜 제주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여주쿠다. 특히 해 질 무렵 올라가보민 마음이 조냥 허벌나게 맑아지쿠다.” 정상에 다다르자 시야가 탁 트이면서 더욱 강렬한 풍경이 펼쳐졌다. 제주의 넓은 들녘과 멀리 보이는 바다는 노을빛 아래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흙붉은오름의 정상은 마치 붉은색으로 칠해진 듯 신비로웠으며, 노을 아래 펼쳐진 제주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정상에서 마주한 제주의 풍경은 그 어떤 오름에서도 볼 수 없던 강렬하고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잠시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며 바라본 풍경 속에서, 옛 제주 삼춘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흙붉은오름 위에 서 보민 정말 조냥 신비롭고 아름다워, 마음이 다 깨끗해지고 속이 다 시원해지쿠다.” 내려오는 길, 오후 노을은 더욱 짙어지며 주변 모든 풍경을 붉게 물들였다. 길가의 억새와 작은 꽃들은 빙삭허게 흔들리며 잘 가라고 손짓했다. 오름을 내려오는 내내 흙붉은오름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깊고 특별해 발걸음이 아쉬웠다. 흙붉은오름 주변은 특별한 관광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고즈넉했다. 화려한 관광지 대신, 제주의 진짜 매력과 독특한 풍경을 조용히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오름은 정말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 다시 흙붉은오름을 찾는다면, 역시 오후 다섯 시쯤의 아름다운 노을빛과 함께 신비로운 붉은 흙길 위에서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게 흙붉은오름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내게 언제나 강렬하고 특별한 인상을 주는 소중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해발고도약 170m 정도로 누구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높이입니다.
소요시간왕복 약 30~40분 정도로 부담 없이 산책하기 좋습니다.
길 상태완만한 붉은색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에 매우 편안합니다.
난이도쉬움 (아이와 노약자도 편안히 오를 수 있는 수준)
주변 환경붉은 흙과 억새가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자연환경을 자랑합니다.
계절 추천가을(억새가 아름답고 노을이 짙게 물드는 시기) 가장 추천합니다.
분위기강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이며, 노을과 함께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문화/설화제주 사람들은 이 오름의 붉은 흙을 신기하고 신령스러운 것으로 여겨 마을의 평안을 빌며 작은 돌탑을 쌓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