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오름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후곡악, 제주 삼춘들이 부르는 친근한 이름으로는 뒤굽은이 또는 뒤꾸부니라는 이 오름은 이름부터 정겨운 느낌을 준다. 제주어로 '뒤굽은이' 혹은 '뒤꾸부니'라는 말은 '뒤로 굽어 있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그 모습 그대로의 편안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마을 삼춘들은 이 오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뒤굽은이는 이름대로 족아도 편안허게 뒤로 굽어서, 올라보민 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이 맨도롱해지쿠다. 참 편안한 오름이여마씀." 후곡악을 찾은 날은 가을 햇살이 곱게 내려앉은 오후 세 시였다. 이 시간 제주는 부드럽고 맨도롱한 햇살이 오름 위로 내려와, 걸음을 천천히 옮기기에 가장 좋은 때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 부드럽고 굽이진 흙길이 마치 어서 오라며 반겨주는 듯했다. 길 양옆에는 가을의 억새와 작은 꽃들이 곱게 피어 있어, 걸음을 뗄 때마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풀 향기가 마음을 깊숙이 감싸주었다. 탐방로는 족아도 걷기 편한 완만한 흙길이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제주 사람들의 소박한 정성을 담은 작은 돌탑들이 놓여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오름을 오르며 가족의 건강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한다.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정성스럽게 올리며 마음속 깊숙이 따뜻한 소원을 담았다. 중턱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의 작은 마을과 돌담길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었다. 멀리서는 밭에서 일하는 마을 삼춘들의 정겨운 모습이 보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평화로운 오후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했다. 제주 삼춘들이 늘 이야기하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뒤꾸부니에 올라보민 족아도 느리게 걷게 되고, 마을도 천천히 보이고, 마음도 고즈넉허게 편해지쿠다. 정말로 족아도 맨도롱한 오름이여마씀." 정상에 도착하자 시야가 더욱 탁 트이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푸른 제주 바다가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고, 중산간의 넓은 들판과 주변의 여러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풍경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었다. 잠시 정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주변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조용히 가라앉고 평화로워졌다. 잠시 눈을 감고 앉아 있자 부드러운 오후 바람이 귓가에 잔잔하게 머물렀다. 이곳에서라면 정말로 마음이 느긋해지고 모든 걱정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제주 사람들의 옛날 이야기가 바람결에 담겨 들려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내려오는 길, 오후 햇살은 더욱 맨도롱하게 오름길을 비추었고, 길 옆의 작은 꽃들과 억새가 빙삭허게 흔들리며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오름을 내려오는 내내 후곡악에서의 따뜻하고 느린 시간들이 마음속 깊숙이 남아 오랫동안 여운을 주었다. 후곡악 주변은 관광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바쁜 일상과 복잡한 관광지 대신 제주의 진짜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 다시 후곡악을 찾는다면, 역시 오후 세 시쯤의 느리고 따스한 시간 속에서 제주가 들려주는 편안한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게 후곡악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내게 언제나 느긋하고 맨도롱한 휴식을 주는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 해발고도 | 약 284m로 누구나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낮은 오름입니다. |
| 소요시간 | 왕복 약 30~40분 정도로 부담 없이 가벼운 산책이 가능합니다. |
| 길 상태 |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걷기에 매우 편안합니다. |
| 난이도 | 쉬움 (아이, 노약자 등 가족 모두에게 적합합니다.) |
| 주변 환경 | 억새와 들꽃이 가득한 초원 지대와 제주의 중산간 마을 풍경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
| 계절 추천 | 가을(억새가 아름답게 피어나며,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을 특히 추천합니다. |
| 분위기 | 매우 고즈넉하고 평화로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입니다. |
| 문화/설화 |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오름을 편안한 쉼터로 여겨 가족의 평안과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며 작은 돌탑을 쌓아 왔습니다. 오름 이름 그대로의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의 옛 이야기와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4504번지 일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