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들은 각각의 이름 속에 섬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이름부터 정겹고 친근한 오름이 바로 폭낭오름이다. '폭낭'은 제주어로 팽나무를 뜻하는 말로, 이 오름은 예로부터 큰 팽나무가 많이 자라난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삼춘들은 이곳을 이렇게 표현했다. “폭낭오름은 팽나무가 족아도 하영 커서, 나무 아래 앉아보민 속이 맨도롱해지고 마음이 고망지게 편안허구다.” 폭낭오름을 찾은 날은 제주의 맑고 포근한 오후 두 시였다. 이 시간의 제주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어 오름을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제주의 깊은 품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부드러운 흙길이 펼쳐졌다. 양옆으로 늘어선 울창한 팽나무들은 그늘을 만들어 걸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다. 탐방로는 족아도 완만하고 걷기 좋은 길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서니 바람이 시원하고 부드럽게 불어와 땀마저 식혀주는 듯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아래서 바스락거리는 잎사귀 소리가 마음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 주었다. 중간중간 눈에 띄는 작은 돌탑들은 오랜 옛날부터 제주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정성스럽게 쌓아온 흔적이었다.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정성껏 골라 탑 위에 올리며 작은 소망을 마음속에 담았다. 중턱에 다다르자 시야가 탁 트이며 오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팽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는 오름 위에서 바라본 제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깊고 따뜻한 위안을 주었다. 부드럽게 펼쳐진 들판과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까지,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마을 삼춘들이 했던 말이 다시금 생각났다. “폭낭오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족아도 하영 곱닥허고, 특히 팽나무 그늘 아래 앉아보민 속이 다 편안해지쿠다.” 정상에 오르자 주변이 한층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탁 트인 풍경과 더불어 팽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짙은 그늘 아래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조용한 오후의 바람과 함께 제주 섬의 깊은 이야기가 귓가에 전해지는 듯했다. 팽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마치 제주의 속삭임 같았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 마음 깊은 곳까지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려오는 길에도 부드러운 팽나무 그늘은 계속 이어졌다. 나무 그늘과 바람은 잘 가라고 부드럽게 배웅하는 듯했다. 오름을 내려오는 내내 폭낭오름에서의 편안한 시간이 마음속 깊숙이 남아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폭낭오름 주변은 별다른 관광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고즈넉하고 조용했다. 유명한 관광지 대신 제주의 진정한 자연과 조용한 휴식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오름은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 다시 폭낭오름을 찾는다면 역시 오후 두 시쯤의 부드러운 햇살과 팽나무 그늘 아래서 제주의 깊고 조용한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게 폭낭오름은 제주에 살아가는 내게 언제나 고즈넉하고 따스한 위로와 휴식을 주는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 해발고도 | 약 79m로 누구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높이입니다. |
| 소요시간 | 왕복 약 30분 정도로 부담 없이 가볍게 다녀오기 좋습니다. |
| 길 상태 | 완만한 흙길과 팽나무 그늘로 덮인 길로 걷기에 매우 편안합니다. |
| 난이도 | 매우 쉬움 (어린이, 어르신 누구나 쉽게 방문 가능합니다.) |
| 주변 환경 | 울창한 팽나무 숲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으며, 주변으로는 제주의 부드러운 들녘 풍경이 펼쳐집니다. |
| 계절 추천 | 여름(팽나무 그늘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시기), 가을(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시기)을 추천합니다. |
| 분위기 | 매우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특히 팽나무 아래서 쉬어가기 좋습니다. |
| 문화/설화 | 제주 사람들은 예부터 폭낭오름의 팽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기며 소원을 빌고 마음의 위안을 얻어왔다고 합니다. 이곳의 팽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오랜 세월 동안의 삶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산43번지 일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