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내봉에 올라서 보민, 바당이랑 하늘이랑 싹 어우러져서 혼저 옵서 예쁜 그림 같수다."
고내봉을 찾은 날은 맑은 초봄의 이른 아침이었다. 탐방로 입구부터 짙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부드럽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기분 좋은 상쾌함을 더했다. 고내봉의 탐방로는 완만한 흙길로 되어 있어 어린아이부터 노약자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다.
오름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제주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과 함께 제주 바다의 푸른 물결이 시야에 들어왔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이 봄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다정히 인사를 건넸다. 이처럼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평온해졌다.
중턱에 오르니 전망이 더욱 넓게 펼쳐졌다. 동쪽으로는 애월항과 한림항의 풍경이, 남쪽으로는 멀리 한라산의 웅장한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바다는 특히 맑고 청량하게 느껴졌다. 파도가 치는 소리와 갈매기들의 경쾌한 울음소리가 멋진 음악처럼 어우러졌다.
정상에 도착하자 탁 트인 경치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고내봉 정상에서는 애월읍 일대의 아기자기한 마을과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고내봉은 과거 제주 사람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바다를 관찰하고 외적을 경계하던 망루로 사용되던 곳이라, 이곳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려오는 길에는 마을 사람들의 친절한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제주 특유의 돌담과 귤밭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곳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탐방로 주변의 작은 카페에서는 제주의 향긋한 귤차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다.
고내봉은 큰 관광지의 복잡함 없이 제주 본연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곳 고내봉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에 고내봉을 다시 찾는다면, 이른 아침의 맑고 깨끗한 공기 속에서 다시 한번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며 깊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 고내봉은 언제나 그 자리에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찾아오는 이들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