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 가운데 걸서악(서걸세, 걸쇠오름)은 효돈천과 하례천 사이에 위치한 두 개의 봉우리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걸세'라는 이름은 두 개울 사이에 놓인 지형적 특성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로 인해 걸서악은 특별한 매력을 품고 있다.
걸서악을 방문한 날은 맑고 따스한 가을날 오후였다. 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하례리 마을의 감귤밭 사이로 이어져 있어 감귤 향기와 함께 기분 좋은 산책이 시작됐다.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오름 탐방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인사와 친절한 미소는 여행의 시작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오름 입구에서 마주한 서쪽 봉우리인 서걸세는 처음부터 급경사로 시작되었다. 오르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오를수록 나타나는 다채로운 자연경관과 탁 트인 전망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했다. 중턱에서 바라본 효돈천과 하례천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정상에 오르자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와 효돈천 계곡, 그리고 하례리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밭과 그 사이를 지나는 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정상에서 만난 현지 마을 어르신이 전해준 이야기는 걸서악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였는지를 일깨워주었다.
“걸서악은 두 개울 사이에 있어 항상 물이 풍부했지예. 그래서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감귤농사를 짓기에 참 좋다고 여기곤 했수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었답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완만한 오솔길로 이어져 있어 산책하듯이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길가에 피어난 야생화와 감귤나무 아래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여운을 남겼고,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한층 더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례리 마을 입구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제주 특산물과 따뜻한 귤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귤차 한잔을 마시며 주민들과 나눈 따뜻한 대화는 걸서악에서 보낸 시간을 더욱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걸서악(서걸세, 걸쇠오름)은 조용하면서도 독특한 지형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마을의 따뜻한 정이 어우러진 제주의 매력을 가득 담은 곳이다. 제주의 평화로운 자연과 사람들의 따스함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꼭 추천하는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