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약 175m로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르기 적합한 높이입니다.
소요시간: 왕복 약 40분 내외로 편안히 산책하기 좋습니다.
길 상태: 걷기 좋은 완만한 흙길이며, 숲속이라 그늘이 많아 쾌적합니다.
난이도: 쉬움~보통 (아이, 노약자 모두 편하게 오를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주변 환경: 울창한 숲과 작은 샘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며, 정상에서는 제주의 바다와 중산간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계절 추천: 여름(숲과 샘물의 시원함), 가을(억새와 단풍이 아름다운 시기)을 추천합니다.
분위기: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이며, 특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오름입니다.
문화/설화: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샘물을 신령하게 여겨 돌탑을 쌓으며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전해집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귀한 장소였습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124번지 일대
제주에는 이름만으로도 정겨움과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오름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오름이 바로 가메오름(가마오름)이다. 제주 방언으로 '가메'는 '가마솥'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이 오름은 마치 깊숙한 솥 안처럼 속이 부드럽게 움푹 파여 있다. 마을 삼춘들은 이 오름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메오름에 올라보민 오름 모양이 조냥 솥 같아서, 내려다보면 마음이 허벌나게 편안허게 신기허우다."
가메오름을 찾은 날은 초겨울의 아침 일곱 시였다. 아직 여명이 완전히 밝지 않은 시간, 공기는 상쾌하고 차분했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탐방로는 완만한 흙길로 이루어져 걷기에 매우 편안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부드러운 흙의 촉감과 숲의 맑은 공기가 나를 반겼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억새와 나무 잎들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며 숲속의 고요함을 더욱 깊게 해주었다.
오름 중턱쯤에서 작은 샘물을 만날 수 있었다.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신령한 장소로 여겼다는 이 샘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르지 않고 맑은 물을 간직하고 있었다. 샘 주위로는 사람들의 소망과 정성이 담긴 작은 돌탑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조심스럽게 골라 올리고 가족의 평안과 건강을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정상에 이르러 아래를 내려다보니 왜 '가메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움푹 파인 분화구는 정말로 커다란 가마솥처럼 부드럽게 둥근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제주의 푸른 바다와 중산간 마을, 그리고 이웃한 오름들이 아침 햇살 속에서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 순간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깊은 평화로움으로 다가왔다.
잠시 정상에서 눈을 감고 아침 바람 소리를 느껴보았다.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까지 편안히 어루만지며 일상에서의 피로와 고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가메오름에서의 이 짧은 시간은 제주의 자연이 주는 가장 깊고 따스한 위로의 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 아침 햇살은 더욱 부드럽게 숲을 비추었고 억새와 야생화들은 잘 가라고 살랑살랑 흔들렸다. 가메오름에서 보낸 이 아침은 마음속 깊은 여운을 남겨 하루 종일 내 마음을 밝게 비추어 주었다.
가메오름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제주 자연의 깊은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장소이다. 다음에 다시 가메오름을 찾는다면 역시 초겨울 아침, 숲과 작은 샘물 그리고 제주 바람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렇게 가메오름은 언제나 내게 특별한 평안과 위로를 주는 제주의 소중한 쉼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