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망산(산11번지 일대)

이름부터 슬펐던 오름

해발고도: 약 210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길 상태: 낙엽길, 이정표 없음, 바람 많은 능선

난이도: 쉬움 (단, 안내표식이 희박함)

주변 환경: 폐밭, 무너진 돌담, 너른 억새밭, 외진 길

계절 추천: 늦가을~겨울 (고요함이 가장 도드라질 때)

분위기: 슬픔과 평온이 공존하는 오름

문화/설화: 옛날 제사 피하던 언덕, 북쪽이 죽음의 방향이라 불렸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11번지 일대

북망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 한쪽이 조용해졌다. '북쪽이 돌아앉은 산'이라는 뜻. 옛사람들은 이곳을 제사도 지내지 않고, 그저 “묻는 쪽”, “죽은 자의 방향”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오름을 오를 때 내내 말이 줄었다. 입구는 길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풀밭 사이 좁은 흙길, 무너진 담장 하나, 낙엽이 켜켜이 쌓인 바닥. 바람은 셌고, 하늘은 높았지만 햇살은 차가웠다. 그런 날이었다. 걷다 보니 길이 점점 희미해졌다. 이정표 하나 없이, 사람 손이 닿은 흔적도 적었다. 마치 나만 알고 있어야 할 자리처럼 느껴졌다. 돌 하나, 나뭇가지 하나, 심지어 바람조차 조심스럽게 불고 있는 듯했다. 정상에 오르기 전, 낮은 평지 같은 능선 위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오름 같지도 않은 그 조용한 땅 위에 서니, 문득 나 자신이 아주 작아졌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흙과 바람과 억새뿐. 귤도 안 꺼냈다. 그저 잠시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그 자리에 있던 이름 모를 바람이 내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 지나갔다. 이 오름은 누군가를 기억하러 오는 곳 같았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이들이, 그냥 한 바퀴 돌고 내려가는 오름. 사진을 찍지 않아도, 아무 기념이 없어도 괜찮은 그런 곳. 북망산. 죽음을 담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조용히 살아 있는 오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