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돌아진오름(산41번지 일대)

풍수에 비켜선 오름

해발고도: 약 240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길 상태: 이정표 없는 흙길, 억새능선, 바람골

난이도: 쉬움 (길은 명확하지 않지만 경사는 완만)

주변 환경: 밭, 마을담장, 바람통로, 나무무더기, 돌무덤 흔적

계절 추천: 가을~겨울 (억새와 음지 분위기 극대화)

분위기: 조용하고 무심한 오름, 전설이 묻힌 공간

문화/설화: 마을에서 북쪽이 돌아앉았다고 하여 제사도 피해갔던 오름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41번지 일대

옛날, 마을 할망이 그랬다. “거기는 북이 돌아진 오름이라. 기가 살지 못허지. 제사도 안 지내고, 그냥 흙만 밟고 지나가는 자리여.”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나는 북돌아진오름을 찾았다. 이정표도 없었다. 밭 사이 좁은 길을 따라가다, 풀숲 속으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을 보고 그냥 따라 들어갔다. 표지판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오름이라는 이름도 없는 듯 조용했다. 길은 금세 억새밭으로 변했고, 돌이 박힌 흙길이 능선을 타고 올랐다. 주변엔 오래된 담장 흔적, 무너진 돌무더기, 그리고 이따금 바람이 세게 불었다. 오름은 북을 등지고 있었다. 보통 오름 정상에선 북쪽으로 바다가 보이기 마련인데, 여긴 이상하게 남쪽이 열려 있었다. 등 뒤로는 나무들이 가득했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소리는 더 깊어졌다. 누군가 앉았던 자리일까. 작은 돌들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엔 오래된 나뭇가지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도, 딱히 전망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조용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깊었다. 아무것도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두는 분위기. 이 오름은 나를 부르지도, 위로하지도 않았다. 다만 거기 있었다. 하산길에 만난 할망은 내게 또 한 마디를 건넸다. “거기 다녀왔수과? 아이고… 그래도 그 오름이 이상하게 사람 마음은 붙잡는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이 돌아서 있어도, 마음이 도는 데는 별 상관이 없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