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악(부대오름, 산103-1번지 일대)
옛날 군사도로를 따라 오른다
해발고도: 약 260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길 상태: 옛 콘크리트길, 흙길, 억새 언덕, 비포장 산책로
난이도: 보통 (구간마다 단차 있음)
주변 환경: 폐초소터, 군사도로 흔적, 억새, 밭, 폐비닐하우스
계절 추천: 가을~겨울 (억새와 바람 강조)
분위기: 절제되고 단단한 풍경, 기억이 묻은 자리
문화/설화: 예전 군사 경계선 오름, 마을 감시초소 흔적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103-1번지 일대
부대악.
이름부터가 묵직하다.
한자도 없고, 수식어도 없다.
그저 제주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온 이름이다.
오름 주변엔 예전 군사도로가 남아 있다.
지금은 풀에 덮인 좁은 콘크리트길,
비포장 너머 억새가 고개를 흔들고,
멀리선 트럭소리와 개 짖는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입구는 시멘트 갈라진 흙길.
길 옆엔 군용 펜스였던 철망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 일부러 걷어낸 듯도 하고,
그대로 방치된 흔적도 있다.
바닥엔 유리조각 몇 개, 녹슨 깡통,
그리고 바람에 반쯤 무너진 푸른색 비닐 한 귀퉁이.
한참 걷다 보면 중턱엔 폐초소 터가 있다.
낡은 시멘트 블록 벽체가 무너진 채,
억새에 반쯤 가려져 있다.
누군가는 그 안에 돗자리를 깔고 잠시 쉬었는지
양은컵 하나와 귤껍질이 남아 있었다.
그 장면이 더 쓸쓸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거세진다.
붉은 흙이 신발 밑창에 붙고,
허공을 가르는 듯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풍경은 넓지만 어쩐지 좁게 느껴졌다.
제주시 쪽으로는 건물들이 줄을 지었고,
반대편으론 밭과 공장, 그리고 파란 지붕들.
정상엔 아무것도 없다.
돌탑도 없고, 표지판도 없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바람과 억새만이 그 공간을 지키고 있다.
귤 하나를 꺼냈지만,
껍질이 날아갈까 조심스러워 손 안에서 오래 돌렸다.
바람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내 등 뒤를 계속 밀고 있었다.
이 오름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존재감은 뚜렷하다.
여긴 기억이 머문 자리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주둔하고, 잊고, 다시 지나가는 동안에도
그저 그대로 있던 땅.
부대악은 그렇게 말 없는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