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릿네오름(성천봉, 2284번지 일대)

제주의 일상을 품은 오름, 고요함 속 쉼표 같은 시간

해발고도: 약 180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길 상태: 부드러운 흙길과 숲길, 완만한 경사

난이도: 쉬움 (모든 연령대 적합)

주변 환경: 들판과 마을, 억새 군락

계절 추천: 가을 (억새가 장관인 시기), 봄도 추천

분위기: 조용하고 넓은, 일상적인 제주 정취

문화/설화: 마을에서 약초를 캐러 올랐다는 전설 존재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2284번지 일대

베릿네오름은 성천봉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제주도 동쪽 성산읍 들녘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는 오름이다. 겉보기엔 낮고 평범해 보이지만, 막상 걸음을 들이면 그 안에 숨겨진 제주의 하루와 계절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주민들은 이 오름을 '마을 뒤 오름'이라 부르며 일상처럼 오르고, 방문객들은 그 속에서 여유로운 제주를 만난다. 오름 초입은 마을길과 연결돼 있어 접근이 편하다. 넓게 펼쳐진 들판을 가로지르면 금세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억새가 바람에 살랑이는 가을이면, 길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한 폭의 풍경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봄에는 야생화가 소박하게 피어나고, 간간이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정적을 깨우며 걷는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길은 대체로 완만하여 아이 손을 잡고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중간중간 앉을 수 있는 자연석이나 나무 그늘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오름의 중턱에 올라서면 들판 너머로 성산의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제주 바다의 파란 수면이 멀리서 빛난다. 이 오름은 화려한 풍광보다 정서적 울림이 깊다. 정상은 그리 크지 않지만, 억새밭이 펼쳐진 능선에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면 세상 걱정이 사라진다. 흔히 보는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곳의 풍경은 조용히 말을 건다. ‘괜찮다, 잠시 쉬어가도 좋다’고.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약초를 캐기 위해 자주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곳을 오르는 길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제주의 일상이 배어 있다. 자연을 보는 눈이 조금만 달라져도, 억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하산하는 길은 올라온 길과 비슷하지만,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과 들판이 한결 더 가까이 느껴진다. 농로 옆을 걷는 동안 이따금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이 인사를 건네면, 그 순간마저도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베릿네오름은 관광지라기보다 쉼의 공간이다. 요란한 안내판 하나 없어도, 길 잃을 일 없는 오름. 제주를 천천히 걸으며 그날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베릿네오름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