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체오름 – 땅의 온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제주 동부의 숨은 보물

해발고도: 약 220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천천히 걸으면 1시간 20분)

길 상태: 돌과 뿌리가 드러난 구간도 있지만, 크게 어렵진 않은 산책로

난이도: 보통 (걷기 좋은 편이나 주의가 필요한 구간도 있음)

주변 환경: 송당리와 시골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제주 모습

계절 추천: 봄, 가을 (선선한 날씨에 걷기 좋음)

분위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여유롭게 쉬기 좋음

문화/설화: 이름이 여러 개 있는 점 자체가 이 오름의 이야기이며,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2-1번지 일대

머체오름, 마체오름, 마체악. 이름부터 헷갈리고 정겨운 이 오름은 송당리 근처에서 꽤 알려진 오름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름이 왜 여러 개냐고 물으니 동네 어르신은 웃으시며 “옛날부터 불리는 대로 불러그네, 별거 아니우다.” 하시는데, 역시 제주다운 정겨움이 묻어난다. 오름 입구로 들어서면 처음엔 평범한 시골 오솔길이다. “이건 별로 힘도 안 들겠구나!” 싶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돌멩이와 나무뿌리가 장난스레 드러난 오르막길이 등장한다. 아주 힘든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신경 써서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다. 그렇게 잠시 집중해서 걷다 보면 주변의 작은 나무들이 나를 반기듯 손짓하는 기분이 들어 더욱 즐거워진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한라산 자락이 길게 펼쳐지고, 송당리의 논밭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드러나는데 그 정경이 참 예쁘다. 멀리 보이는 풍경에 넋을 놓다가 금방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르니 제주 동부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기선 시야가 아주 넓어 마음마저 탁 트이는 느낌이다. 특히 바다 쪽 풍경은 정말 끝내준다. 저 멀리 푸른 제주 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시원한 느낌을 주며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머체오름 정상엔 조금 넓은 평지가 있어 쉬어 가기에도 아주 좋다. 이곳에서 돗자리 펴고 준비해온 간식과 함께 잠시 쉬었다. 바람은 적당히 불어 시원했고, 시골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가 평온한 느낌을 준다. 그 바람에 제주 사투리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도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 정감이 넘쳤다. 내려오는 길엔 오름 자락의 작은 숲을 통과하며 그늘 속 시원한 공기를 만끽했다. 내려와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최근에 생긴 예쁜 카페와 작은 식당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키운 허브와 제철 채소를 이용한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난 오름만 찾아가지만, 머체오름처럼 이름은 헷갈려도 고유의 매력과 정감 넘치는 이야기를 품은 작은 오름이야말로 진짜 제주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오름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머체오름은 기꺼이 마음을 열고 제주다운 소박함과 편안함을 나누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