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오름 – 작다고 얕보면 안 되는, 마음을 훔친 작은 보석

해발고도: 약 176m

소요시간: 왕복 약 40분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내)

길 상태: 완만하고 걷기 편한 산책로

난이도: 쉬움 (어린이, 노약자 모두 편히 탐방 가능)

주변 환경: 전형적인 제주 시골 마을과 농촌 풍경

계절 추천: 봄에는 들꽃, 가을에는 황금 들판이 매력적

분위기: 한적하고 여유로운 마을 정취

문화/설화: 특별한 설화는 없으나 송당리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묻어남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2458-1번지

매오름이라길래 뭐 매가 많아서 붙인 이름인가 싶어 일단 궁금했다. 작고 아담하단 말만 들었지, 직접 오름에 발을 디디기 전엔 나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송당리 길 따라가다 보면 동네 어귀서 부끄러워 숨어있는 아이처럼 살포시 얼굴만 내밀고 있는 오름 하나가 보인다. 바로 매오름이다. 길이 아주 평탄하고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엔 "요거 별 거 없네, 쉽게 올랐네" 생각했는데 이거 웬걸? 걷는 내내 발밑에 고운 풀들이랑 작은 들꽃들이 내 발길을 잡고 장난을 친다. 그렇게 잠시 걸었을 뿐인데 벌써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정상에 다다르니 오름이 작다 했던 내 생각이 싹 바뀌었다. 저 멀리 한라산이 웅장하게 펼쳐지고 그 밑으로 이웃 오름들이 형님 동생처럼 정답게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특히 논밭이 어우러진 송당리 마을 풍경은 어릴 적 할머니 집 마당에서 보던 그런 따뜻한 풍경을 떠오르게 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은 정말 말 그대로 그림 같다. 아침 일찍이면 옅은 안개가 은근히 마을을 감싸고, 해가 떠오를 무렵엔 논밭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퍼진다. 이렇게 바라보다 보면 왠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오름 정상엔 작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그 위에 잠시 앉아 쉬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왔고, 그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내 안의 복잡했던 생각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도시에서 지친 내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쉬다가 내려올 땐 마을 풍경이 좀 더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제주 특유의 낮고 검은 돌담과 아기자기한 텃밭들, 옛날 집들과 요즘 들어 생긴 작은 카페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포근한 마음이 든다. 송당리 마을은 최근 들어 제주 동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작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들, 동네 식당에서 내놓는 소박한 가정식 밥상, 지역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 등을 맛볼 수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나도 탐방 후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제주 감귤차 한잔을 마셨다. 마을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정겹고 따뜻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매오름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오름들에만 관심을 갖지만, 작아서 더 사랑스럽고, 작아서 더 따뜻한 매오름 같은 오름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히 쉬면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오름. 한 번쯤은 꼭 오르기를 권하고 싶은 제주 동부의 숨겨진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