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다랑쉬오름과 손지오름 사이에 자리한 마중오름은 이름만큼이나 다정한 느낌을 품고 있습니다. 제주어로는 ‘마종이오름’이라 부르며, ‘마중 나온 듯한 오름’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요. 마을을 떠난 이들이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오름이 바로 이곳이라, 어르신들 사이에선 "마을이 사람을 맞이해주는 오름"이라 불러왔다고 하우다.
해발 약 305m, 비고 약 90m의 높이를 가진 마중오름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제주 오름들 사이에서 ‘적당한 품’으로 다가오는 오름이우다. 입구는 송당마을에서 손지오름 쪽으로 이어지는 들길에서 시작되고, 길은 잘 다듬어진 흙길과 억새밭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탐방 안내판은 크지 않지만, 마중오름 특유의 단정한 형태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요.
걷기 시작하면 오름의 경사는 비교적 완만합니다. 들판과 밭을 지나 숲길처럼 조용한 구간을 통과하고, 15분 정도 오르면 어느새 능선에 도달합니다. 이 능선은 마중오름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보물 같은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 한쪽엔 듬직한 다랑쉬오름이 어깨를 내어주고 있고, 다른 쪽으론 손지오름이 낮은 곡선으로 마중오름을 감싸듯 펼쳐지지요. 제주의 오름이 서로 인사하며 이어지는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걷는 이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정상은 오름답게 조망이 탁 트여 있습니다. 날이 맑으면 멀리 성산방향까지 시야가 열리고, 오름 아래 송당마을의 고요한 지붕들이 햇살에 반짝입니다. 억새는 가을이면 오름 전체를 감싸며 춤을 추고, 봄이면 들꽃과 풀이 순하게 자라 올라옵니다. 특히 아침 시간대에는 햇살이 능선을 비스듬히 타고 오르며 오름의 곡선을 부드럽게 밝혀주지요.
마중오름은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한 산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인 오름입니다. 길은 단순하지만 풍경은 단조롭지 않고, 걷는 동안 계속해서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 듭니다. 바람이 불어도 소란스럽지 않고, 나뭇잎과 억새가 ‘잘 왔다’고 속삭여주는 듯합니다.
하산길은 올라온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마중오름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 그 곡선이 마치 마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의 어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순간, 이 오름이 왜 ‘마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몸으로 느끼게 되지요.
근처엔 손지오름, 다랑쉬오름, 동검은이오름, 그리고 마은이오름까지 탐방 거리로 연결돼 있어 동부 오름 연계 트레킹 코스의 핵심 지점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조용한 오름을 걷고 싶은 날, 혹은 번잡함을 피해 제주 속 작은 위로를 찾고 싶은 날 — 마중오름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