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이오름

들판 끝에 고요히 앉은 오름, 잊혀질 듯 깊게 스며드는 풍경

해발고도: 약 223m (비고 약 70~80m)

소요시간: 왕복 약 30~40분

길 상태: 초입은 수풀길, 중간부터는 흙길과 완만한 능선길

난이도: 쉬움 (경사 완만, 누구나 가능)

주변 환경: 들판, 억새, 주변 조망 뛰어남

계절 추천: 가을(억새와 맑은 시야), 봄(신록)

분위기: 조용하고 단정한 느낌, 혼자 걷기 좋은 산책형 오름

문화/설화: 말 방목과 관련된 유래설 존재, 고유 지명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60-1 일대

구좌읍 송당리 들판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디선가 살짝 고개를 내민 듯한 낮은 오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은이오름. 이름도 생소하고 크기도 작지만, 그 안에는 제주 동부 평야의 소박한 풍경과 조용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오름이우다.

‘마은이’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제주에선 종종 마을이나 땅의 형태, 전설, 생활 속에서 생긴 말들이 오름의 이름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마을 어르신들 말로는 ‘말을 기르던 들판에 인접한 오름’이라 해서 그렇게 불려왔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지금은 사람 발길도 드문 이곳이 한때는 목축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탐방을 시작했수다.

마은이오름의 초입은 도로 옆 풀숲 사이로 난 좁은 길에서 시작합니다. 정비된 안내판은 없지만, 흔적처럼 남아 있는 발자국들이 방향을 알려줍니다. 걷는 내내 길 양옆엔 억새와 들풀이 어우러져 있고, 이따금씩 바람이 세게 불면 풀숲이 한꺼번에 누우며 소리를 내지요.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하게 정리되는 느낌입주게.

10분 남짓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면 곧 능선에 도착합니다. 낮고 부드러운 곡선의 능선은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오름 정상은 비교적 평평하고 작지만, 시야가 탁 트여 있어 멀리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손지오름, 그리고 날씨 좋은 날엔 성산방향까지 조망이 가능하지요. 이런 조망은 높고 험한 산에서가 아니라, 마치 들판 끝에 걸터앉아 제주를 바라보는 기분을 줍니다.

마은이오름은 관광지로 소개된 곳은 아니라서 늘 한산합니다. 그래서일까, 길 위에서 마주치는 건 주로 바람과 새소리, 그리고 자기 발자국뿐이우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는 고요 속에서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가벼워지고, 꼭대기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도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하산길은 능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면 됩니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돌아보면, 자신이 조금 전까지 걷고 있던 능선이 아주 단정하고 예뻐 보여 감탄하게 되지요. 내려와서 인근 송당 마을이나 김녕 쪽으로 이동하면 카페와 식당, 해변까지 한 코스로 이어지니, 하루 코스로 충분히 가치 있는 오름이우다.

‘화려하지 않은, 하지만 마음을 길게 머물게 하는’ — 그게 마은이오름의 매력입주게. 잠시 들렀다 가기엔 아깝고, 오래 머물다 보면 다시 오고 싶어지는, 제주의 조용한 속살 같은 공간. 다음에도 이곳을 찾게 될 이유는 풍경이 아니라, 그 고요함이 전해주는 힘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