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일대,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 사이 어딘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도로 보면 작고 평범해 보이지만, 막상 직접 오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오름이지요. 이 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오름 정상부가 원형 분화구처럼 움푹 꺼져 있다는 점입니다. 바깥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그동안 보아왔던 제주 오름들과는 다른 감흥을 주지요.
‘마오름’이라는 이름은 정확한 어원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근 오름들과 함께 오래도록 불려온 고유 지명입니다. 입구는 마을과 연결된 소로 또는 임도를 따라야 하며, 정식 주차장이나 탐방 안내가 있는 곳은 아니라 조금 수풀을 헤치며 시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찾는 사람이 적고, 길 자체도 자연스럽게 다듬어진 흙길이라 오름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수다.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며, 주변엔 억새와 들풀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특히 가을이면 이곳의 억새는 능선뿐만 아니라 분화구 안쪽에도 퍼져 있어,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마치 비밀의 억새 정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지요. 밖에서 볼 땐 단순한 둔덕처럼 보였던 마오름이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나 넓고 풍요로운 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분화구 안쪽은 평탄하고 고요합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외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지요. 길이 많지 않아 원을 그리며 걷다 보면 다시 올라왔던 길과 만나게 되는데, 잠깐이라도 이 분화구 안에서 머무르면 마음도 조용히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제주에 이런 숨겨진 속살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지요.
정상 능선에 올라서면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개오름, 동검은이오름 등 주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둘러서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마오름을 보호하듯 서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제주 속의 작은 성소’ 같기도 합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명당 포인트로도 알려져 있지만, 워낙 알려진 곳은 아니라 여전히 조용하게 탐방할 수 있는 보물 같은 오름이우다.
하산길은 올라온 길 그대로 되짚으면 됩니다. 길이 험하지 않고, 분화구 내부까지 다녀와도 왕복 40~50분이면 충분하지요. 근처엔 유명한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그리고 최근 인기 오름인 따라비오름까지 연계하기 좋아, 반나절 코스로 오름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위치에 있수다.
마오름은 조용합니다. 그리고 그 조용함이 이 오름의 가장 큰 힘입니다. 잘 다듬어진 오름보다, 더 깊고 정직한 자연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오름의 그 고요한 분화구 안에서 진짜 제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