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평야지대를 지나면, 저 멀리 솟아 있는 이중의 곡선. 그게 바로 따라비오름이우다. 이름부터 입에 착 감기는 이 오름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가장 오름다운 오름’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곡선미와 풍경을 지닌 곳이지요. ‘따라비’란 이름은 설문대할망이 오름을 만들며 마지막에 남겨둔 오름이라 해서 ‘뒤따르는’ 의미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도 전해진다우다.
따라비오름은 해발 약 342m, 비고 약 110m 정도로 높이는 부담 없지만, 그 품은 아주 넓고 입체적입니다. 혼자 우뚝 솟은 것이 아니라 주변으로 수십 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어우러진 군산 형태를 띠고 있어예. 그래서 오르기 전부터 그 위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입구에는 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고, 억새 사이를 가로지르는 탐방로는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은 듯 변화무쌍하지요.
탐방 초입은 숲과 억새밭이 어우러진 흙길로 시작합니다. 10분쯤 걸으면 본격적인 오름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거기서부터 따라비오름만의 진짜 풍경이 시작됩니다. 억새가 사방으로 펼쳐지고, 능선은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걷는 이마다 다른 봉우리를 선택해 오를 수 있고, 한 봉우리에서 다른 봉우리로 연결되는 구간에서는 제주 동쪽의 들판과 멀리 바다, 심지어 성산일출봉까지 조망되기도 하지요.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제주를 한 손에 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멀리 한라산의 기운도 느껴지고, 내려온 억새밭은 거대한 은빛 바다처럼 반짝입니다. 늦가을 바람에 억새가 일렁일 때, 그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사진 명소로 손꼽히지요. 드론으로 보면 오름의 곡선이 용처럼 꿈틀대는 형상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하산길은 다양한 루트가 있는데, 원점회귀로 돌아오는 길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오르내림이 잦고 작은 봉우리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올라갔다 내려왔다”로 끝나는 코스가 아니라, 여러 감정과 시선을 경험하게 되는 입체적인 트레킹 코스라 할 수 있수다.
따라비오름 주변엔 가시리 조랑말 체험장, 가시리 마을 카페들, 그리고 제주의 대표 드라이브 코스인 녹산로가 인접해 있습니다. 봄이면 유채꽃이 가득하고, 가을이면 억새, 여름이면 초록 초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사계절 모두 다른 매력을 자랑하지요. 날씨 좋은 날 오전 일찍 올라가면 햇살과 이슬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제주 오름 중에서도 따라비오름은 “한 번 다녀온 사람은 두 번 다녀오게 되는 오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곳이우다. 억새, 능선, 조망, 바람, 곡선…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그야말로 오름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 제주 오름 여행의 ‘레벨업’ 지점, 그게 바로 따라비오름이 아니겠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