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교래리 마을 한쪽, 마치 허리를 살짝 굽힌 듯한 오름 하나가 조용히 솟아 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뒤굽은이오름’. 제주어로는 ‘뒤꾸부니’, ‘뒤곱은이’라고도 부르지요. 이름 그대로 오름의 실루엣이 등을 굽힌 사람처럼 부드럽게 휘어져 있어, 보는 이의 마음마저 조용히 내려앉게 만듭니다.
뒤굽은이오름은 해발 280m 남짓으로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만큼 부담 없이 찾아가기 좋은 오름입주게. 초입은 교래리 마을 도로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흙길로 시작합니다. 길가엔 소나무, 삼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펼쳐져 있고, 바닥엔 낙엽과 솔잎이 폭신하게 깔려 있어 걸음이 부드럽수다. 바람결에 잎사귀가 흔들리며 내는 소리, 숲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에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지요.
오르막이 급하지 않아 노약자나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좋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뒤굽은이오름의 진가는 바로 이 능선에서 드러납니다. 한쪽으로는 숲이 둘러싸이고, 다른 한쪽으론 초지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듯한 풍경이 이어지지요. 능선이 곡선처럼 휘어져 있어 마치 큰 품에 안긴 듯한 기분이 듭니다.
중턱엔 나무로 된 간이 쉼터가 하나 놓여 있어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시 숨 돌리며,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면 도시에서 잊고 지낸 여유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오름 정상에 도착하면 멀리 한라산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져 있고, 날씨 맑은 날엔 동쪽 바다까지 아스라히 보입니다. 트인 곳에 돗자리라도 깔고 앉아 있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 같을 정도로 편안하지요.
내려오는 길도 여유롭게 이어지는데,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굽은 형태라 발에 부담이 적고, 길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오름을 다 내려오면 교래리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때 근처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잔 하거나, 마을 식당에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먹는 것도 참 괜찮은 코스입주게.
뒤굽은이오름은 특히 봄에는 신록이 초록빛 물결을 이루고, 가을엔 억새가 능선을 덮으며 장관을 이룹니다. 사람 많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걷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크지요. 근처엔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개새끼오름 등도 가까워 오름 연계 탐방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름 이름만 들었을 땐 생소하지만, 한 번 걷고 나면 잔잔한 곡선과 숲의 품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오름. 그게 바로 뒤굽은이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