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지봉(둔지오름)

곶자왈 숲길과 탁 트인 바다 전망을 품은 고즈넉한 오름, 제주 동부의 숨겨진 보석

둔지봉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산 40번지 일대에 자리한 해발 약 282m의 말굽형 오름이우다. 제주어로 ‘둔지’는 주변보다 약간 높은 곳을 뜻하며, 이 오름의 모양이 말떼의 우두머리처럼 당당하다 하여 ‘둔마오름’으로도 불립니다. 작지만 깊고 고즈넉한 곶자왈 숲길과 정상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조용히 사랑받아 온 곳이지요.

“둔지봉 숲길 걸어보민, 나무가 조용히 속삭이고 억새밭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게 조냥 기분 좋쿠다.”

맑은 햇살이 내리쬐던 가을날 아침, 구좌읍 한동리 작은 마을 길에서 둔지봉 탐방을 시작했수다. 오름 입구부터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걸음걸음마다 숲의 신선한 공기와 향긋한 솔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무 계단과 부드러운 흙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했고, 숲속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지요.

중턱쯤 오르자 말굽형 굼부리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굼부리 안쪽은 부드러운 초지와 억새가 어우러져 있어, 마치 자연이 만든 아늑한 쉼터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굼부리 둘레를 바라보면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습니다. 오름이 품고 있는 이 작은 초원과 숲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웠지요.

정상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졌습니다. 눈앞에는 푸른 바다와 비자림 숲이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펼쳐진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졌습니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니, 복잡했던 마음도 어느새 조용히 사라지고 여유로움만 남았습니다.

하산길은 더욱 여유롭게 걸으며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억새와 작은 들꽃들이 길 양옆으로 피어 있어 걷는 내내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소박하게 자리 잡은 돌담과 작은 무덤들도 이 오름이 품고 있는 제주만의 분위기를 더해줬지요.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즐기다 보니, 오름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한동리 마을로 내려오면 작은 마을의 아늑한 분위기와 함께, 지역 카페와 식당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근처 식당에서 제주 향토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작은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하루의 여운을 천천히 즐기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둔지봉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초록이 싱그러운 봄이나 억새가 아름답게 흔들리는 가을에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깊은 숲과 아름다운 전망, 그리고 소소한 자연의 매력을 간직한 둔지봉은 언제든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제주의 고즈넉한 힐링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