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알오름은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53번지 일대에 자리한 해발 약 45m의 작은 오름이우다. 송악산 외륜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이 오름은 세 자매처럼 나란히 위치한 섯알오름, 가운데알오름과 함께, 작은 알오름 중 동쪽에 있다고 하여 ‘동알오름’이라 불리게 되었지요. 작지만 조용한 숲길과 초지가 어우러져 있어 제주 사람들에게 작은 쉼터로 사랑받아 온 곳입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기분 좋게 비치던 어느 날, 상모리 근처 송악산 둘레길을 따라 동알오름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수다. 오름 초입부터 나지막한 초원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자리 잡은 소나무 숲길이 걷는 내내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초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참 부드럽고 편안해서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지요.
중턱쯤 오르니 동알오름의 작은 말굽형 굼부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굼부리 안쪽은 아담한 초원으로 덮여 있어 마치 숨어 있는 작은 정원 같은 느낌을 주었지요. 이 작은 굼부리에 서서 바람 소리와 함께 초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둘 조용히 정리되는 듯했습니다.
정상 근처에는 옛날 일제강점기 때 설치됐던 고사포 진지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작고 조용한 오름 위에 이런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제주의 근현대사를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보는 시간도 뜻깊었지요.
하산길은 더욱 천천히 초원과 숲길을 걸으며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과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길이 발걸음을 기분 좋게 했습니다. 작고 소박한 오름 하나가 주는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더욱 평온해졌지요.
탐방을 마치고 상모리 마을로 내려오니, 마을의 작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하루의 여운을 즐기고, 주변의 송악산 둘레길과 연계하여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동알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초원이 푸르른 봄이나 바람이 시원한 가을에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역사의 흔적과 자연의 소박한 매력을 함께 간직한 동알오름은 언제든지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제주의 작은 보석 같은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