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악

한라산 품에 숨은 깊은 숲과 물의 흔적, 제주의 내밀한 자연을 간직한 오름

동수악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일대에 자리한 해발 약 695m의 고요한 오름이우다. 한라산 기슭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상에 옛날 물이 고이던 연못이 있어 ‘동수악’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물길의 흔적과 깊은 숲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지닌, 제주의 숨겨진 보물 같은 오름입니다.

“동수악 숲길 걸어보민, 물기 머금은 숲 공기가 마음까지 조냥 촉촉해지쿠다.”

햇살이 따스한 어느 가을 아침, 남원읍 수망리 인근 5.16도로 숲터널 입구에서 동수악 탐방을 시작했수다. 숲터널 초입부터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어, 걸음걸음마다 숲이 주는 깊고 고요한 느낌이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숲길에는 낙엽과 솔잎이 두텁게 깔려 있어 발밑이 푹신했고, 숲의 맑은 공기가 걷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지요.

중턱쯤 오르니 오름의 말굽형 굼부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굼부리 안쪽으로는 초지와 나무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펼쳐져,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옛날 이곳에 물이 고였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숲이 주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을 더욱 깊게 사로잡았습니다.

정상에 이르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정상 굼부리 안쪽에는 물이 고였던 자리에 풀이 무성히 자라고 있어 초원처럼 보였고, 주변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숲의 음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돌 위에 앉아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으며 자연의 고요한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산길은 숲길과 돌길을 더욱 천천히 걸으며 내려왔습니다. 울창한 조릿대와 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걷는 동안 깊은 숲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습니다. 내려오는 동안 숲의 공기와 자연의 향기가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었고, 오름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지요.

탐방을 마치고 수망리 마을 근처로 내려오니 조용한 중산간 마을 풍경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따뜻한 제주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작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기에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동수악을 다시 찾는다면 숲과 자연의 기운이 가장 아름다운 봄이나 가을에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깊고 고요한 숲속에 숨은 물길의 흔적과 자연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를 간직한 동수악은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오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