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박이오름(돔박악, 돌박이오름)

옛 동백의 추억 간직한 고요한 곶자왈 오름, 숲이 속삭이는 작은 비밀정원

돔박이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산 89번지 일대에 자리한 해발 521.4m의 조용하고 아늑한 오름이우다. 옛날엔 동백나무가 많아 ‘돔박이(동백나무)’라는 이름이 붙었고, 돌이 많아 ‘돌박이오름’이라고도 불리지요. 이젠 동백나무가 거의 사라졌지만, 울창한 곶자왈 숲과 어우러져 작지만 깊은 매력을 간직한 오름이 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돔박이오름에 걸어 들어서보민, 숲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듯해서 조냥 마음이 차분해지쿠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던 가을날 아침, 광평리 작은 길에서 돔박이오름 숲길로 천천히 들어섰수다. 탐방로 초입부터 곶자왈 특유의 깊고 울창한 숲길이 펼쳐져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걸음걸음마다 상쾌함을 더해줬지요.

중턱쯤 오르니 오름의 역사를 보여주는 돌담과 울창한 침엽수가 어우러진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예전에 가득했을 동백나무의 흔적은 희미했지만, 돌담과 숲속의 고요한 분위기가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돌담 위로 덩굴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나 있는 모습도 참 매력적이었지요.

정상에 도착하니 작고 아늑한 돌무더기 공터가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정상에서는 탁 트인 전망보다 곶자왈의 깊은 숲속 분위기가 더 강렬했습니다. 작은 돌무더기 위에 앉아 숲속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니, 복잡했던 마음도 금세 평온해졌습니다. 숲속의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만드는 작은 음악이 오름 탐방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산길은 곶자왈 숲속을 더욱 여유롭게 걸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작은 솔방울과 들꽃들이 걷는 내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울창한 숲길과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오름에서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지요. 오름을 떠나며 곶자왈 숲의 고요한 여운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겼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광평리 마을로 내려오니 작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마을 근처 작은 식당에서 따뜻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아늑한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 돔박이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숲이 가장 싱그럽게 빛나는 봄이나 가을에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숲속에 숨어 있는 작은 보석 같은 돔박이오름은 언제든지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