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봉(사지봉, 사자봉)

고즈넉한 솔숲 속 봉수대 터, 제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작고 아늑한 오름

독자봉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위치한 해발 159.3m의 아담한 오름이우다.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 때문에 '독자봉(獨子峰)'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사지봉(獅子峰), 사자봉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조선시대엔 봉수대가 자리했던 역사적 의미도 있는 오름으로, 편안한 솔숲길과 고즈넉한 분위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수다.

“독자봉 숲길을 천천히 걸어보민, 은은한 솔향기랑 바람소리가 마음까지 조냥 차분하게 만들어주쿠다.”

햇살이 맑게 비치던 어느 가을날, 성산읍 신산리에서 독자봉 오름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수다. 탐방로 초입부터 울창한 소나무가 길 양옆으로 늘어서서 솔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지요. 흙길 위에 소나무 잎이 부드럽게 깔려 있어 걷는 내내 발걸음이 편안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중턱쯤 오르니 숲이 더욱 짙어지고, 부드러운 흙길과 솔잎이 깔린 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솔숲 사이로 햇빛이 살짝 비추며 길을 밝히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나무들이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천천히 숲길을 걷다 보니 마음속 복잡한 생각도 어느새 사라지고 차분한 마음만 남았습니다.

정상에 다다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습니다. 맞은편의 통오름이 마치 친구처럼 마주 보고 있어 더욱 정겨웠고, 멀리 제주 동부의 작은 오름들과 초록빛 초원들이 한눈에 들어왔지요. 정상 근처에는 조선시대의 옛 봉수대 터가 남아 있어 제주의 옛 모습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며 제주의 역사와 자연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하산길은 더욱 편안하게 숲길을 걸으며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동안에도 솔숲과 부드러운 흙길, 작은 새소리들이 마음을 기분 좋게 해줬지요.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고, 숲길의 여유와 고요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탐방을 끝내고 신산리 마을로 내려오니 작은 마을의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제주 전통의 몸국이나 해물칼국수로 속을 채우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좋았고, 작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탐방의 여운을 즐기기도 좋았습니다.

다음에 독자봉을 다시 찾는다면 숲이 가장 싱그러운 봄이나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작지만 역사가 숨 쉬는 봉수대 터와 고즈넉한 숲길이 매력적인 독자봉은 언제나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터 같은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