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이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한 해발 447m의 작고 아늑한 오름이우다. 예전부터 큰 내(大川)가 흘렀던 자리라 하여 ‘대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요. 오름 전체가 깊고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산책하기에 참 좋은 장소이지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봄날, 선흘리 목장 근처에서 대천이오름으로 향하는 길을 천천히 걸었수다. 초입부터 울창한 삼나무와 해송이 숲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서 있어 마치 숲의 터널을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흙길과 낙엽 위를 걸으며 숲속의 맑은 공기와 나무 향기를 한껏 마시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중턱쯤 올라서니 숲은 더욱 짙어지고, 오름의 말굽형 분화구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숲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들꽃과 금난초 같은 야생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작은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상 부근에 도착하자 숲 사이로 살짝 보이는 주변 오름들과 초지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비록 탁 트인 전망은 아니었지만, 숲이 주는 아늑함과 고요함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앉아 숲이 전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지요. 잠시 눈을 감고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복잡한 마음도 어느새 조용히 가라앉았습니다.
하산길은 또 다른 숲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동안 활엽수와 상수리나무가 우거진 숲의 또 다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낙엽을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나고, 숲길을 천천히 걷는 동안 더덕 같은 향긋한 풀내음이 은은히 느껴졌습니다.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고, 마음은 더욱 편안해졌지요.
탐방을 끝내고 선흘리 마을로 돌아오니 조용한 마을 풍경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제주 전통의 몸국이나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속을 채우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 참 좋았습니다.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오름 탐방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좋았지요.
다음에 대천이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숲의 생기가 넘치는 봄이나 낙엽 소리가 정겨운 가을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깊은 숲 속에서 고요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대천이오름은 제주의 숨겨진 작은 쉼터 같은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