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산은 제주시 성산읍 수산리와 시흥리에 걸쳐 있는 해발 157.6m의 아담한 오름이우다. 이 오름은 멀리서 보면 봉우리가 왕(王)자 형태를 닮아 왕뫼, 왱미오름, 와양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지요. 주변의 작은왕메와 대비하여 주민들은 친근하게 큰왕메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고요한 숲과 능선 위에서 제주의 탁 트인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요.
가을 햇살이 포근히 내리던 어느 날, 성산읍 수산리 근처에서 오름으로 향하는 숲길에 들어섰수다. 초입부터 울창한 삼나무와 소나무 숲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지요. 흙길 위를 밟으며 숲속을 천천히 걷다 보니, 솔잎이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발걸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솔향기가 걷는 내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지요.
중턱쯤 올라서니 능선을 따라 조용하고 아늑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능선 위에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며 마음을 차분히 어루만져주는 듯했습니다. 걷는 동안 주변의 숲과 고즈넉한 자연이 나를 감싸주어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지요.
정상 부근에 이르자 탁 트인 전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성산일출봉과 우도, 멀리 지미봉과 식산봉 등 제주 동부 지역의 명소들이 한눈에 들어와 참으로 장관이었수다. 주변의 오름들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정상에서 잠시 앉아 제주 특유의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하산길은 능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는데,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숲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목마다 작은 들꽃과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숲속의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여유롭게 걷는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의 복잡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오롯이 자연과 함께하는 편안함만 남았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수산리 마을로 돌아오니 소박한 마을 풍경이 더욱 정겨웠습니다. 근처 작은 식당에서 제주 향토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아늑한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탐방의 여운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다음에 대왕산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숲길이 가장 아름다운 봄이나 가을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조용한 숲속에서 제주 자연의 고요함과 평온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대왕산은 언제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줄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