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산봉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고성리 일대에 자리한 해발 137m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오름이우다.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어서 예로부터 '큰물뫼', '큰물미'라 불리게 되었고, 주변의 작은 물뫼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대수산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지요. 가을이면 오름 전체를 뒤덮는 억새 물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맑은 가을날 아침, 성산읍 수산리에서 대수산봉으로 향하는 길을 천천히 걸었수다. 탐방로 입구부터 나무 계단과 흙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편안했지요. 조금만 오르자 양옆으로 펼쳐진 억새밭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이는 모습이 참으로 고왔습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가 만드는 풍경에 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졌지요.
중턱에 다다르니 오름의 탁 트인 전망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주변에는 억새가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었고,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풍경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멋진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걷는 동안 제주의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지요.
정상에 오르니 더욱 멋진 풍광이 나를 맞이했습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는 물론, 멀리 지미봉과 식산봉까지 선명히 눈에 들어왔고, 제주의 푸른 바다와 오름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정상에는 옛 봉수대 터가 남아 있어 제주의 오랜 역사도 함께 느낄 수 있었지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앉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습니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과는 조금 다른 코스를 따라 내려갔는데, 내려오는 길에 만난 억새 풍경이 더욱 예뻤습니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억새가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나를 배웅해주는 듯했지요. 그렇게 오름을 내려오면서 마음도 몸도 가벼워지는 듯했습니다.
탐방을 끝내고 수산리 마을로 내려가니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마을 근처 작은 식당에서 제주 전통의 몸국이나 해물칼국수로 허기를 달래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 좋았고, 작은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며 탐방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다음에 대수산봉을 다시 찾는다면 은빛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가을 아침 일찍 다시 와보고 싶습니다. 억새의 물결과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대수산봉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한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