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병악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자리한 해발 491.9m의 웅장한 오름이우다. 두 봉우리가 나란히 있어 마을 사람들은 ‘병악’ 또는 ‘큰오름’이라 부르며, 봉우리 모양이 여인이 머리를 얹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여진머리오름’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특히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오름 전체를 아름답게 물들여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억새 명소로 사랑받고 있수다.
청명한 가을날 아침, 상창리 마을 근처에서 대병악 오름길을 올랐수다. 오름 입구부터 울창한 숲과 나무 계단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 참 좋았지요. 초입부터 산뜻한 숲내음과 상쾌한 공기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줬습니다.
중턱에 다다르자 드넓은 억새 군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마치 은빛 파도처럼 아름답게 춤추고 있었지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이 멋진 억새 풍경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습니다. 오름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억새의 부드러운 소리와 바람이 전하는 자연의 속삭임이 참으로 기분 좋게 다가왔지요.
정상에 오르니 더욱 시원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수다. 멀리 산방산과 송악산이 선명하게 보였고, 제주 남쪽 바다까지 시야가 탁 트여 마음까지 시원해졌습니다. 주변에는 억새밭과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정상에 앉아 잠시 쉬며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지요.
하산길은 오름의 다른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억새밭을 다시 한번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동안 만난 억새밭은 오를 때보다 더 빛나 보였고,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오름의 두 봉우리는 더욱 정겹게 느껴졌지요. 오름에서의 시간은 어느새 마음속 깊이 힐링과 여유로움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탐방을 마치고 상창리 마을로 내려오니 마을 주변엔 소박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딱 좋았습니다. 제주 전통 음식인 보말칼국수나 몸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조용한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하루의 여운을 즐겼지요. 탐방 후의 시간이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 대병악을 다시 찾는다면 특히 억새가 만발한 가을날 다시 오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억새 풍경과 고요한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으니까요. 대병악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언제나 특별한 오름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