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오름 – 초겨울 아침 일곱 시, 제주 하늘 아래 신비로운 작은 솥을 걷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자주 끄는 오름이 있다. 바로 가마오름이다. 가마솥을 닮아 붙여진 이름 그대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속이 깊숙이 파여 있어 제주의 삼춘들은 이곳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오름은 조냥 솥 하나를 빼닮아서, 올라서 내려다보민 마음이 허벌나게 신기허우다." 가마오름을 찾은 날은 초겨울 아침 일곱 시였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상쾌하고 맑은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오름 입구에서부터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나를 반겼고, 아침 안개가 숲을 감싸고 있어 마치 신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걸음을 천천히 옮기자 주변 숲속 나무와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 인사를 건넸다.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하면서 숲은 점점 더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탐방로 중간에는 작은 샘이 하나 있었는데,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이 신성한 장소로 여겨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은 샘 옆에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나도 작은 돌 하나를 골라 정성스레 돌탑 위에 올리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오름의 중턱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깊은 숲과 아침 안개가 만들어낸 풍경은 몽환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신선한 공기와 아침의 조용한 숲은 마음을 차분하고 맑게 해주었다. 삼춘들의 말처럼 속이 깊숙한 오름의 모습은 정말 가마솥처럼 신비로웠다. 정상에 도착하자 시야가 탁 트이며 제주의 넓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마오름의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경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멀리 제주의 푸른 바다와 중산간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침 햇살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깊게 파인 분화구의 신비로운 모습은 물론, 그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숲과 부드러운 능선의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잠시 정상에서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마음 깊은 곳까지 차분히 어루만져 주었다. 이 짧은 시간은 제주의 자연이 주는 깊은 휴식과 위로의 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 햇살은 더욱 부드럽게 숲을 비추었고, 나무와 억새는 잘 가라고 손짓하듯 흔들렸다. 가마오름에서 보낸 아침은 깊은 여운을 남겼고, 하루를 시작하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마오름은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선사하는 장소이다. 화려한 관광지와는 달리 조용하고 고즈넉한 제주 자연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한번 추천하고 싶은 오름이다. 다음에 가마오름을 다시 찾는다면, 초겨울 아침의 신비로운 풍경 속에서 제주의 자연과 깊은 대화를 다시 나누고 싶다. 그렇게 가마오름은 언제나 내게 특별한 위안과 평안을 선물해 주는 소중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